19세기 미술

  • 비, 증기 그리고 속도 –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

    1844년 왕립 아카데미 전시가 열리기 직전, 아홉 살이던 조지 던롭 레슬리는 바니싱 데이에 터너가 캔버스에 마지막 손질을 더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일흔 해가 지난 뒤 회고록에 그는 터너가 자신에게 선로 위를 달리는 작은 산토끼를 가리켜 보였다고 적었다. 제목의 ‘속도’가 가리키는 것은 기차가 아니라 그 토끼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내셔널 갤러리에서 원본 앞에 서면 토끼는 보이지…

  • 싸우는 테메레르

    2005년 BBC 라디오 4 『투데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인들은 이 그림을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으로 뽑았다. 후보에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도 있었지만, 10만 명이 넘는 참여자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표가 터너의 낡은 군함에 쏠렸다. 그런데 그 배는 그림 속 모습으로 템스강을 거슬러 오른 적이 없다. 실제 테메레르는 돛대도 삭구도 모두 뜯겨…

  • 뱃놀이 파티의 오찬

    이 그림에 등장하는 열네 명은 모두 실존 인물이지만, 그들이 그날 그 테라스에 함께 앉아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르누아르는 샤투의 식당 발코니에서 작업을 시작한 뒤, 친구들을 한 사람씩 따로 불러 포즈를 취하게 하고 몇 달에 걸쳐 화실에서 화면을 조립했습니다.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사실 조립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조립 방식이야말로 르누아르가 순수한 야외 인상주의에서…

  • 아몬드 꽃

    1890년 1월 31일 파리에서 태어난 아기는 이 그림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부모는 그림을 아기 침대 위에 걸었고, 어머니 요는 두 달 뒤 빈센트에게 편지를 써서 아이가 그 꽃나무를 유난히 오래 바라본다고 전했습니다. 그 아기는 빈센트 빌럼 반 고흐였습니다. 그리고 여든여덟 해 뒤, 그가 세운 미술관에 이 그림이 걸립니다. 기본 정보 작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 자유의 여신상

    이 조각상의 발밑에는 끊어진 족쇄가 있습니다. 땅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고, 공중에서 내려다볼 때에야 드러납니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프랑스 법학자 에두아르 드 라불레는 노예제 폐지론자였고, 이 선물은 미국의 노예제 종식을 기념하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었습니다. 바르톨디는 초기 모형에서 여신의 왼손에 끊어진 사슬을 들려주었다가, 나중에 그것을 발밑으로 옮기고 손에는 서판을 쥐여주었습니다. 기본 정보 조각: 프레데리크 오귀스트…

  • 인상, 해돋이 – 1872년 11월 13일 오전 7시 35분

    이 그림이 그려진 시각은 1872년 11월 13일 오전 7시 35분입니다. 추정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2014년 마르모탕 미술관은 천체물리학자 도널드 올슨에게 분석을 의뢰했고, 그는 르아브르의 옛 사진으로 모네가 묵은 호텔 방의 시야를 복원하고, 조수 간만표로 대형 범선이 들어올 수 있었던 날을 추리고, 기상 기록으로 폭풍우가 친 날을 지우고, 마지막으로 화면 속 굴뚝 연기가 휘는 방향으로 풍향을 읽어…

  •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 이 풍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풍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프리드리히는 삼십 년 동안 엘베 사암산맥을 걸어 다니며 현장에서 스케치를 모았고, 드레스덴의 작업실에서 그것들을 조합해 실제로는 어디에도 없는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미술사가들은 이 화면 각 부분이 어느 스케치에서 왔는지까지 짚어냅니다. 기본 정보 작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1774~1840) 제작 시기: 1818년경, 드레스덴 기법: 캔버스에 유채 크기: 94.8 × 74.8…

  • 수련 – 지평선을 지운 그림

    이 그림에는 하늘이 없습니다. 지평선도, 물가도, 다리도 없습니다. 화면에 있는 것은 수면뿐입니다. 모네는 1897년부터 연못을 그렸지만, 1903년에 시작한 이 연작에서 처음으로 주변을 모두 잘라냈습니다. 남은 것은 물에 비친 하늘과 그 위에 떠 있는 꽃입니다. 위를 보는 그림인지 아래를 보는 그림인지 알 수 없게 만든 것이 이 연작의 발명입니다. 기본 정보 작가: 클로드 모네 (1840~1926)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