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테온
건물이 완공된 지 거의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판테온의 천장 중앙에는 지름 9미터짜리 구멍이 뚫려 있다. 비가 오면 그대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이 구멍, 즉 ‘오쿨루스(oculus)’는 고장난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설계자의 의도였다. 판테온은 그렇게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며 오늘도 로마 한복판에 서 있다.
기본 정보
- 작가: 미상
- 제작 연도: 기원후 125년경
- 기법: 건축 (콘크리트, 석재, 벽돌)
- 크기: 돔 내부 지름 약 43.3미터, 높이 약 43.3미터
- 미술 사조: 고대 미술
- 소장처: 이탈리아 로마
이 작품이 잊히지 않는 이유
판테온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 건물은 거의 완벽한 상태로 살아남은 로마 시대의 건축물이다. 수많은 신전과 콜로세움이 세월에 허물어지거나 약탈당한 반면, 판테온은 기원후 609년에 가톨릭 성당으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보호를 받았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돔의 지름과 돔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정확히 43.3미터로 같다. 이 비율은 건물 내부에 완전한 구(球)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대 로마인들이 현대 컴퓨터도 없이 이 정밀함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판테온은 단순한 건물을 넘어 인류 지성의 기념비다.
역사적 배경
기원후 125년경,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Hadrianus)는 기존에 있던 건물을 대대적으로 재건하여 지금의 판테온을 완성했다. 흥미롭게도 건물 정면에는 『마르쿠스 아그리파가 세 번째 집정관 재임 시 이것을 지었다』라는 라틴어 비문이 새겨져 있다. 이는 기원전 27년에 아그리파가 최초로 이 자리에 신전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대는 로마 제국의 전성기였다. 제국의 영토는 최대에 달했고, 황제는 건축과 예술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판테온은 그 시대 로마의 기술력과 미적 감각을 집약한 결정체였다. 당시 로마인들은 ‘포졸라나(pozzolana)’라 불리는 화산재 기반의 콘크리트를 개발하여 이 거대한 돔을 가능하게 했다.
상징과 감상 포인트
처음 판테온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공간감이 먼저 느껴진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천장 중앙의 오쿨루스로 향한다. 이 원형 개구부는 지름이 약 9미터에 달하며, 이곳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시간에 따라 건물 내부를 천천히 이동한다. 마치 거대한 해시계처럼, 빛 기둥이 벽면과 바닥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바닥을 내려다보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기하학적 패턴이 눈에 띈다. 원형과 사각형이 반복되는 이 패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돔의 기하학적 구성을 바닥에서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벽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개의 반원형 벽감(niche)이 있는데, 이곳에는 원래 로마 신들의 조각상들이 놓여 있었다.
특히 4월 21일 정오에는 오쿨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정문의 입구를 정확히 비춘다. 이 날은 로마 건국 기념일이다. 우연이 아닐 것이다.
미상 작가에 대하여
현재까지 판테온을 설계한 건축가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학자들은 하드리아누스 황제 본인이 설계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단순한 통치자가 아니라 건축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었으며, 로마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건물로 남겼다.
일부 학자들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 아폴로도루스(Apollodorus of Damascus)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판테온의 진정한 창조자는 여전히 역사 속에 숨겨져 있다. 어쩌면 그것이 이 건물을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유산과 영향
판테온이 후대 건축에 미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브루넬레스키(Brunelleschi)는 피렌체 대성당의 돔을 설계할 때 판테온을 직접 연구했다. 미켈란젤로는 이 건물을 보고 『천사들의 작품』이라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미국 워싱턴 D.C.의 미국 국회의사당, 파리의 팡테옹(Panthéon), 그리고 세계 각지의 수많은 신고전주의 건물들이 판테온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한 라파엘로(Raphael)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著名한 예술가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어, 미술관이자 묘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작품을 볼 수 있는 곳
판테온은 이탈리아 로마의 피아차 델라 로톤다(Piazza della Rotonda)에 위치한다. 현재는 가톨릭 성당(산타 마리아 아드 마르티레스 대성당)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관광객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2023년부터 입장료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일반 관람객은 약 5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열며, 미사 시간에는 관람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는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과 트레비 분수(Trevi Fountain)가 도보 거리에 있다. 일찍 방문할수록 인파가 적고 오쿨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판테온의 돔은 어떻게 2,000년 동안 무너지지 않았나요?
로마인들은 돔의 두께를 꼭대기로 갈수록 얇게 만들고, 가벼운 화산 부석(pumice)을 상단 콘크리트에 섞었다. 또한 돔 내부의 격자형 홈(카세톤)도 무게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이 모든 설계가 맞물려 놀라운 내구성을 만들어냈다.
판테온의 오쿨루스로 빗물이 들어오면 어떻게 되나요?
바닥에는 고대 로마 시대에 설치된 배수 시스템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빗물은 경사진 바닥을 따라 22개의 배수구로 흘러 들어간다. 약간의 빗물은 실내 공기 순환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판테온 내부에는 누가 묻혀 있나요?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1483~1520)와 이탈리아 통일 왕국의 첫 번째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Vittorio Emanuele II) 등이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판테온은 누가, 왜 지었나요?
기원전 27년에 마르쿠스 아그리파가 처음 세웠고, 기원후 125년경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했다. 원래는 로마의 모든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으로 지어졌다.
판테온과 파리의 팡테옹은 같은 건물인가요?
다른 건물이다. 파리의 팡테옹(Panthéon)은 18세기에 로마의 판테온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건물로, 프랑스 위인들의 묘지로 사용된다. 이름은 같은 어원에서 왔지만 전혀 다른 장소에 있다.
판테온의 오쿨루스가 빛을 담아내듯, 위대한 예술은 시간을 초월해 우리에게 빛을 전한다. 이 작품이 마음에 남으셨다면, 사이트 내 다른 고대 미술 및 건축 작품들도 함께 살펴보세요. 인류가 남긴 또 다른 경이로운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 Pantheon – Unknown (125 AD). 라이선스: Public Domain.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