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밭 위의 점심 식사

    1863년 낙선전에 걸렸을 때 이 그림의 제목은 『풀밭 위의 점심 식사』가 아니었습니다. 마네가 붙인 제목은 『목욕(Le Bain)』이었습니다. 화면에서 목욕하는 사람은 뒤편 개울에 있는 여성 한 명뿐인데, 정작 모두의 시선을 붙든 것은 앞쪽에 앉은 벌거벗은 여자였습니다. 마네 본인은 이 그림을 ‘넷이서(la partie carrée)’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제목은 나중에 붙은 것입니다. 기본 정보 작가: 에두아르…

  • 올랭피아

    이 그림에는 두 여성이 있고, 둘 다 이름이 있습니다. 침대에 누운 쪽은 빅토린 뫼랑, 훗날 살롱에 자기 작품을 출품한 화가입니다. 오른쪽에서 꽃다발을 들고 선 쪽은 로르입니다. 마네는 수첩에 그녀의 이름과 파리 뱅티미유 거리의 주소를 적어 두었고, 따로 초상화도 그렸습니다. 그런데 백 년 넘게 미술사는 앞의 여성만 이름으로 불렀고, 뒤의 여성은 ‘흑인 하녀’였습니다. 기본 정보 작가:…

  • 열네 살의 작은 무용수

    1881년 인상주의 전시회에서 이 조각은 유리 진열장 안에 서 있었습니다. 당시 유리 진열장은 예술품이 아니라 해부 표본과 민족지 표본을 넣는 물건이었고, 밀랍은 작품이 아니라 습작과 표본의 재료였습니다. 관람객이 마주한 것은 조각이 아니라 전시된 개체처럼 보였습니다. 비평가들이 격렬하게 반응한 이유의 절반은 소녀의 얼굴이 아니라, 그녀가 놓인 상자에 있었습니다. 기본 정보 작가: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제작…

  • 댄스 클래스

    드가는 이 그림에서 존재하지 않는 방을 그렸습니다. 배경은 르 펠르티에 거리에 있던 옛 파리 오페라의 연습실인데, 그 건물은 1873년에 불타 없어졌습니다. 이 그림은 그 이듬해에 그려졌습니다. 사실적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관찰의 기록이 아니라 기억으로 재구성한 무대입니다. 기본 정보 작가: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제작 연도: 1874년 기법: 캔버스에 유채 크기: 83.5 × 77.2 cm 미술…

  • 뱃놀이 파티의 오찬

    이 그림에 등장하는 열네 명은 모두 실존 인물이지만, 그들이 그날 그 테라스에 함께 앉아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르누아르는 샤투의 식당 발코니에서 작업을 시작한 뒤, 친구들을 한 사람씩 따로 불러 포즈를 취하게 하고 몇 달에 걸쳐 화실에서 화면을 조립했습니다.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사실 조립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조립 방식이야말로 르누아르가 순수한 야외 인상주의에서…

  •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 이 그림은 두 점이다

    이 그림은 두 점입니다. 오르세에 걸린 131 × 175 cm짜리와, 78 × 114 cm짜리 작은 판본. 두 화면은 크기를 빼면 거의 동일하고, 어느 쪽이 먼저인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1877년 제3회 인상주의 전시에 걸린 것이 어느 쪽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카탈로그가 작품 크기를 적어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본 정보 작가: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Pierre-Auguste Renoir) 제작 연도: 1876년 기법:…

  • 달항아리 (조선 백자)

    1935년 서울에서 달항아리 한 점을 사서 영국으로 가져가던 도예가 버나드 리치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합니다. 나는 행복을 안고 갑니다. 그 항아리는 훗날 도예가 루시 리의 작업실에 수십 년간 놓여 있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영국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리치가 그것을 살 때 남긴 기록에 따르면, 그 항아리는 장아찌를 담그던 그릇이었습니다. 기본 정보 공식 명칭: 백자 달항아리 (2011년 이전에는…

  •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78호)

    이 상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옆에 선 다른 상과 함께 보는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얼핏 닮았지만 머리에 쓴 관부터 다릅니다. 이 상은 해와 초승달을 결합한 높고 화려한 관을 썼고, 옆의 상은 낮고 단순한 관을 썼습니다. 만들어진 시기도 반세기쯤 차이가 납니다. 같은 자세를 취한 두 몸이 서로 다른…

  • 인왕제색도

    인왕산은 흰 화강암 산입니다. 그런데 정선은 그 산을 거의 검게 그렸습니다. 대신 안개와 소나무는 종이의 흰 바탕을 그대로 남겨 표현했습니다. 비에 젖은 화강암이 어두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의 반전은 관찰이 아니라 결정입니다. 흰 것을 검게, 검은 것을 희게 뒤집자 오히려 비 갠 인왕산이 더 또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기본 정보 작가: 겸재 정선 (鄭敾, 1676~1759) 제작 연도:…

  • 금강전도

    이 그림 오른쪽 위에는 시가 적혀 있고, 그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납니다. 발로 밟아 두루 다녀 본들, 어찌 베갯머리에서 이 그림을 실컷 보는 것만 하겠는가. 실제 경치를 직접 보고 그린다는 진경산수의 창시자가, 자기 그림이 진짜 산보다 낫다고 적어 놓은 것입니다. 기본 정보 작가: 겸재 정선 (鄭敾, 1676~1759) 제작 연도: 1734년(영조 10) 겨울, 정선 59세 기법:…

  •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이 그림에는 대각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은 취향이 아니라 선언입니다. 1920년대 중반, 데 스테일을 함께 만든 테오 판 두스뷔르흐가 화면을 45도로 기울이기 시작하자 몬드리안은 그를 떠났습니다. 그에게 수직과 수평은 양식이 아니라 세계의 구조에 관한 진실이었고, 기울어진 선은 배신이었습니다. 1930년의 이 화면에 사선이 한 줄도 없는 이유입니다. 기본 정보 작가: 피트 몬드리안 (Piet Mondrian, 1872~1944) 제목: 자료에…

  • 옷을 입은 마하

    이 그림은 원래 커튼이었습니다. 마누엘 고도이의 저택에서 『옷을 입은 마하』는 『벌거벗은 마하』 앞에 걸려 있었고, 도르래 장치로 옆으로 밀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손님이 오면 옷을 입은 쪽을 보여주고, 원할 때 밀어내면 그 뒤에서 벌거벗은 쪽이 나타났습니다. 왜 같은 자세를 두 번 그렸는가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기본 정보 작가: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Goya, 1746~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