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클래스
드가는 이 그림에서 존재하지 않는 방을 그렸습니다. 배경은 르 펠르티에 거리에 있던 옛 파리 오페라의 연습실인데, 그 건물은 1873년에 불타 없어졌습니다. 이 그림은 그 이듬해에 그려졌습니다. 사실적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관찰의 기록이 아니라 기억으로 재구성한 무대입니다.
기본 정보
- 작가: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 제작 연도: 1874년
- 기법: 캔버스에 유채
- 크기: 83.5 × 77.2 cm
- 미술 사조: 인상주의 (Impressionism)
- 소장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소장번호 1987.47.1)
이 작품이 잊히지 않는 이유
먼저 이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이것은 평범한 수업이 아닙니다. 화면 안에는 스물네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무용수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입니다. 한 소녀가 한가운데에서 아티튀드 자세를 취하고 있고, 나머지는 자기 차례를 기다립니다. 심사입니다.
그것을 알고 다시 보면 화면의 어수선함이 다르게 읽힙니다. 등을 긁고, 귀걸이를 만지고, 리본을 고쳐 매고, 벽에 기대는 동작들은 무심함이 아니라 대기입니다. 판정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몸을 어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어머니들이 뒤쪽 벽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그 긴장을 한 겹 더합니다. 이 자리에서 결정되는 것은 자세의 완성도만이 아니라, 딸이 다음 등급으로 올라가 급여를 더 받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중앙에 지팡이를 짚고 선 백발의 남자는 실존 인물입니다. 쥘 페로, 『지젤』의 안무를 만든 당대 최고의 무용가이자 발레 마스터입니다. 드가는 익명의 ‘선생님’이 아니라 이름 있는 사람을 그 자리에 세웠습니다.
역사적 배경
드가는 오페라를 관객으로만 드나든 것이 아닙니다. 오케스트라에 있던 친구를 통해 무대 뒤와 연습실에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반복해서 그린 것은 공연이 아니라 훈련과 휴식이었습니다.
다만 이 그림의 배경은 기억입니다. 당시 오페라는 아직 가르니에 궁으로 옮기기 전이었고, 르 펠르티에 거리의 건물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건물이 1873년 화재로 사라졌습니다. 드가는 이듬해에 사라진 연습실을 다시 지어 올린 셈입니다. 메트로폴리탄의 작품 설명도 이 장면을 상상된 것으로 명시합니다.
이 그림에는 주문자가 있습니다. 오페라 바리톤이었던 장바티스트 포르입니다. 1872년에 주문이 이루어졌고, 드가는 이 년에 걸쳐 간간이 작업한 끝에 1874년 11월에 작품을 넘겼습니다. 그가 평생 받아들인 몇 안 되는 주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포르는 1876년 제2회 인상주의 전시에 이 그림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드가는 감사를 화면 안에 남겼습니다. 거울 옆 벽에 붙은 로시니의 『빌헬름 텔』 포스터가 그것입니다. 포르가 부른 오페라입니다.
1874년은 첫 인상주의 전시가 열린 해이기도 합니다. 드가도 그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다만 그의 관심은 야외의 빛이 아니라 실내의 인공조명과 훈련된 몸이었습니다.
상징과 감상 포인트
바닥. 화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마룻바닥입니다. 시점이 높고 바닥이 가파르게 기울어져 있어, 관람자는 이 방을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게 됩니다. 이 구도는 당시 회화의 관례가 아니라 사진의 화각에 가깝습니다.
비어 있는 중앙. 심사를 받는 소녀는 화면 한가운데가 아니라 살짝 왼쪽에 있고, 그 주변은 비어 있습니다. 인물들은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으며 일부는 화면 밖으로 잘려 나갑니다. 드가는 시선을 한 곳에 모으는 대신 흩어 놓았습니다. 메트로폴리탄의 조사에 따르면 그는 작업 도중 앞쪽 인물들과 중앙 무용수의 위치를 바꾸었고, 그 결과 배경에서 앞쪽으로 길게 굽이치는 무용수들의 곡선이 만들어졌습니다.
거울. 뒤쪽 벽의 거울에 창문과 바깥 풍경이 비칩니다. 공간을 넓히는 장치이면서, 무용수가 하루 종일 자기 모습을 확인하며 지내는 세계를 암시합니다.
목의 검은 리본. 흰 튀튀와 대비되는 가느다란 검은 띠가 여러 소녀의 목에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미술사가 캐럴 암스트롱은 이 검은 선이 오히려 드러난 어깨와 팔의 흰 살결을 강조한다고 보았습니다.
포스터. 거울 옆의 『빌헬름 텔』 포스터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안에 숨은 감사 인사이자, 이 작품이 누구의 주문으로 그려졌는지 알려주는 서명 같은 요소입니다.
에드가 드가에 대하여
에드가 드가(1834~1917)는 파리의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루브르를 드나들며 고전 회화를 익혔고, 이탈리아에 머물며 르네상스 거장들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결국 눈앞의 파리로 향했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되지만 그 호칭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야외의 빛보다 실내 조명을 선호했고, 즉흥적인 붓질보다 정확한 소묘를 중시했습니다. 발레, 경마, 카페, 세탁부. 그가 다룬 소재들은 몸이 훈련되거나 소모되는 장면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말년에 시력이 나빠지면서 그는 조각으로 옮겨 갔습니다. 『열네 살의 작은 무용수』는 그가 생전에 공개한 유일한 조각이며, 이 그림 속 소녀들과 같은 세계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유산과 영향
이 그림이 남긴 것은 소재보다 시각의 문법입니다. 높은 시점, 비어 있는 중앙, 화면 밖으로 잘려 나가는 인물, 그리고 결정적 순간이 아니라 그 앞뒤의 순간. 이 요소들은 20세기 사진과 영화의 기본 언어가 되었습니다.
발레를 보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무대 위의 완성된 공연만이 아니라 연습실의 지루함과 고단함이 볼 만한 것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무용 다큐멘터리와 리허설 사진집은 모두 드가가 먼저 만든 시선의 후손입니다.
작품을 볼 수 있는 곳
이 그림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습니다. 5번가 1000번지, 지하철 4·5·6호선 86번가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입니다.
입장료에 관해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메트로폴리탄의 ‘원하는 만큼 내기’ 방식은 2018년부터 뉴욕주 거주자와 뉴욕·뉴저지·코네티컷 학생에게만 적용됩니다. 그 외 방문객은 정해진 금액을 내야 하며, 해외에서 가시는 경우 여기에 해당합니다. 요금은 바뀌므로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휴관일과 개관 시간도 함께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드가의 작품은 유럽 회화 전시실 구역에 있지만 배치가 바뀌므로, 방문 전에 메트로폴리탄 웹사이트에서 작품명을 검색해 현재 전시실 번호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파리에 갈 기회가 있다면 오르세 미술관에서 자매작을 보시기 바랍니다. 같은 주문자가 의뢰한 거의 같은 장면이지만, 인물 배치와 공간 처리가 다릅니다. 두 그림을 비교하면 드가가 하나의 장면을 어떻게 두 번 다르게 조립했는지 보입니다. 다만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그림이며 제목도 다릅니다. 뉴욕의 것이 『댄스 클래스』, 파리의 것이 『발레 수업』입니다.
이 그림 앞에서 오래 남는 것은 지친 얼굴이 아니라 기다림입니다. 스물네 명이 한 방에 있고, 한 사람만 심사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자기 차례를 기다립니다. 드가는 무대에 오른 순간이 아니라 그 앞에 있는 긴 시간을 그렸습니다.
이미지: The Dance Class – Edgar Degas (1874),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1987.47.1). 라이선스: Public Domain. 출처: Wikimedia Commons.
